의사 출신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에게 "하루빨리 강의실로 돌아와 학업을 이어가라"고 호소했다.
이 총장은 8일 가천대 의대 홈페이지에 의대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누구나 인생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순간이 있다. 내겐 1998년, 가천의대 1회 입학식이다"라며 "그때 만난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했던지,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92세인 이 총장은 1957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이듬해 인천 중구에서 산부인과를 개원했다. 1978년 국내 여의사로는 처음으로 의료법인 인천길병원을 출범하고, 1998년 가천의과학대를 설립했다.
그는 "마침내 의대 설립 꿈을 이뤘을 때, 여러분을 잘 가르치고 키우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며 "나의 아들, 딸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수련을 받아 우리나라 의료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은, 내 생애 가장 큰 보람이자 행복이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6·25 한국전쟁 당시 공부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이 총장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 전쟁 속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며 "나와 같이 공부하던 남학생들은 학도병으로 나가 대부분 돌아오지 못했다. 나는 그들에게 빚이 있고, 그들 몫까지 다해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의 상황이 너무 혼란스럽고 고통스럽겠지만 6· 25 전쟁 당시 포탄이 날아드는 교실에서도, 엄중한 코로나 방역 상황에서도 우리는 책을 놓지 않았다. 우리에게 미래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배움을 멈춰서는 안 된다. 여러분은 이럴 때일수록 학업이라는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하루빨리 강의실로 돌아와 학업을 이어가면서 여러분의 의견을 개진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 총장은 "의사라는 직업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에 정말 숭고하다. 선망의 대상인 동시에 사회의 존경과 사랑을 받지만, 무거운 사회적 책임 또한 뒤따른다"며 "여러분은 그 숭고한 의사의 길을 선택했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한 것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도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환자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나의 희생도 감수하는 것 또한 의사의 숙명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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